긍휼(compassion)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지만, 이는 무조건적이지 않으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집니다. 긍휼은 개인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고 평가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촉발되며, 이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인이 있습니다. 이 글에서는 고통받는 자와의 관련성, 수혜 자격 여부, 그리고 고통받는 자의 상황 대처 능력을 중심으로 긍휼을 강화하는 요인들을 살펴보겠습니다(Goetz et al., 2010; Henrich, 2004; Sober & Wilson, 1998).
1. 고통받는 자와의 관련성
긍휼의 첫 번째 요인은 고통받는 사람과 자신의 관련성입니다. 인간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처럼 유전적 또는 공유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더 큰 긍휼을 느낍니다. 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행복에 중요한 요소를 보호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됩니다.
즉, 자기 관련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큰 긍휼의 마음이 촉발됩니다. 예를 들어, 생식 파트너, 친구, 동맹, 자손, 그리고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일수록 긍휼은 더욱 강화됩니다(Bowlby, 1969; Frank, 1988; Hamilton, 1964). 이러한 자기 관련성은 인간이 공동체 내에서 협력하고 서로를 돌보는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(Goetz et al., 2010).
2. 수혜 자격 여부
두 번째 요인은 고통받는 자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.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협동적 행동이나 이타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긍휼을 느끼고, 도움이 그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될 때 긍휼의 감정은 더 강화됩니다. 이때 수혜 자격(deservingness)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.
이타주의자들은 협동적인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려는 경향이 있으며, 신뢰성, 명성, 이전의 협력적 행동과 같은 요소들이 긍휼의 감정 촉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(Axelrod & Hamilton, 1981; Trivers, 1971). 고통받는 자가 선한 인격을 가졌거나 이타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면, 그 사람은 더욱 긍휼의 대상이 되며, 그에 대한 지원도 더 가치 있게 평가됩니다(Goetz et al., 2010).
3. 고통받는 자의 상황 대처 능력
세 번째 요인은 고통받는 자의 상황 대처 능력입니다. 무력한 아이, 장애인, 노인처럼 스스로 고통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긍휼의 마음이 더 크게 촉발됩니다(Henrich, 2004; Sober & Wilson, 1998).
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고통받는 자가 그 고통을 자초한 경우에는 책망을 받아야 하지만,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긍휼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(Nussbaum, 1996, 2001).
긍휼의 마음은 고통받는 자의 통제 가능성에 따라 달라집니다. 즉, 고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긍휼을 유발합니다. 예를 들어, 암, 알츠하이머, 심장질환 같은 질환은 고통받는 자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큰 동정과 긍휼을 불러일으키지만, 비만, 아동 학대, 약물 남용 같은 경우는 고통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여겨져 긍휼보다는 분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(Weiner et al., 1988; Goetz et al., 2010).
결론
결국, 긍휼은 고통받는 자의 상황적 특성과 책임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집니다. 고통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수혜 자격이 있는 사람일수록 긍휼의 마음이 더 강하게 촉발되며,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사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.
긍휼의 촉발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지만, 그 강도는 평가 과정을 거쳐 결정되므로 이를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유대와 협력 관계를 더 잘 형성할 수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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